기업가정신 살려야 소득 4만달러 열린다

입력 2023-10-09 18:37   수정 2023-10-10 00:50

경남 사천공항에서 30여 분 차를 몰면 닿는 의령 남강 어귀. 강물에 반쯤 잠긴 솥바위가 우뚝 솟아 있다. “반경 20리(8㎞) 안에 큰 부자가 여럿 나올 것”이라는 옛말이 전해 내려온 곳이다. 오랜 전설은 100여 년 전 현실로 다가왔다. 이병철(삼성), 구인회(LG), 허만정(GS), 조홍제(효성) 등 내로라하는 그룹 창업 회장이 인근 마을에서 태어나면서다. 이들이 나고 자란 경남 진주, 의령, 함안 일대가 ‘K기업가정신’의 본산으로 통하는 이유다.

이들을 관통한 정신은 하나다. 사업보국(事業報國). 배를 곯던 시절 허허벌판에 공장을 짓고 일자리를 만들어 먹고사는 게 그들의 목표였다. 달러를 벌어들여 나라 경제를 일으켜 세우겠다는 꿈도 꿨다. 기름때 묻은 야전점퍼를 입은 채 공장에서 쪽잠을 자고, 바이어를 쫓아 해외를 누빈 이유다. 그렇게 세계적인 기업들이 탄생했다. 정대율 경상국립대 교수는 “창업 회장들은 나라를 구한다는 생각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다”며 “K기업가정신의 뿌리가 외국의 창업정신과 차별화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한 세기가 지났다. 100여 년 전 태동한 K기업가정신은 현재 한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반도체와 자동차, 배터리, 철강, 조선, 정유 산업의 근간이 됐다. 이젠 그들의 손주, 후배 기업인들이 글로벌 경제 전쟁의 최전선에 서 있다.

기업을 둘러싼 환경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미·중 갈등과 글로벌 경기 침체, 끝이 보이지 않는 고금리·고유가·고환율 등 ‘3고(高)’에 짓눌려 있다. 생존 경쟁에도 직면했다. 인공지능(AI)과 차세대 반도체, 미래차 전장(戰場)에서 ‘밀리면 끝장’인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 와중에 과도한 상속세와 중대재해처벌법 같은 징벌적 규제가 기업인을 옥죄고 있다. ‘친(親)노조 기조’와 ‘삼류 정치’도 툭하면 기업의 발목을 잡는다.

경제계에서 1인당 국민총소득(GNI) 4만달러 시대를 열고, 세계 주요 7개국(G7)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기업가정신을 되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업가정신은 불확실성의 시대에 생존과 혁신을 담보하기 위한 중요한 열쇠”라고 강조했다.

진주·의령=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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